[공동팬픽] 핫도그와 차, 그리고.... by 리나인버스

  



[알림]
이번 팬픽은 위 인장과 같이 세명의 나노하팬픽을 쓰시는 작가분들과 의기투합하여 공동팬픽으로 적어봤습니다^^
고로 세명의 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즐감하세요~





『핫도그와 차, 그리고...』





01.
청사에서 일하는 서류 작업도 평온해서 좋지만, 가끔은 바깥에 나와서 하는 조사 활동도 괜찮은 것 같아.

미드칠더의 수도 그라나간에 위치한 지상본부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다. 다니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름난 가게도 무척 많았는데,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파는 ‘브레드 아저씨의 샌드&핫도그’도 그 중 하나였다.
탁자가 구비된 그 가게 2층에서, 성왕교회 소속임을 단번에 알게 해 주는 검은색 제복의 수녀. 시아키는 그곳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상본부에 문의한 자료들을 확인하고, 그걸 다시 묶어서 쿠스케에게 전해줘야 한다. 생각보다 자료가 많았기 때문에, 어쩌다보니 여유롭게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네 사람이 앉을 만한 책상을 홀로 차지하고 있어도 주변에서 눈치를 주지 않는 건 시아키 주변에 떠다니는 여러 창들 덕분이었다.
조금 창이 정리되자, 시아키는 옆에 놓아두었던 핫도그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 가게 특유의 소스 맛은 생각보다 중후했다. 과일맛 같은 상큼한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쿠스케가 좋아할만한 맛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지도 않고, - 대신에 자기 같은 사무직 사람들이 많았지만. - 샌드위치나 핫도그 맛도 괜찮았다. 메뉴 중에는 홍차도 있다. 제법 마음에 드는 가게다. 하긴, 이 가게도 쿠스케가 소개해 준 곳이었지. 의외로 이런 가게는 잘 찾아내는 녀석이라니까.
"아니지..아니지~ 여기엔 이걸 쳐야지.."
그렇게 한참을 일에 매달리던 시아키는 건너편 자리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가게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돌아볼 만큼 제법 큰 목소리였기 때문에, 시아키 또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보통 여자들보다 큰 키와 검정색 머리, 그리고 보통 여자들이 잘 입지 않는 낡은 복장이기에, 시아키는 그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제법 더운 초여름 날씨 탓인지, 아니면 일 의뢰를 받지 않은 모양인지 코트를 입지 않고 있었지만, 한쪽이 닳아있는 워커는 여전했다.
"..."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굴까. 쟁반 위에 있는 하얀색 요구르트 소스 통과, 빨간색 칠리 소스 통이 대조되는 것만큼이나, 두 사람의 분위기도 상반된 모습. 한쪽은 조금은 열혈 분위기, 다른 한쪽은 하얀 얼굴피부색만큼이나 차분한 편이었다.
"무얼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핫도그에는 요구르트 소스라니까."
"그렇게 되면 핫도그가 더더욱 느끼해집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어떤 소스를 발라야 할지 그걸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듯.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고, 어떻게 보면 진지한 문제다. 시아키가 보기에는 그랬다. 소스를 따로 주는 만큼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할 수도 없는 핫도그가 이 집 핫도그의 특징이었지 아마.
"아우, 이 아가씨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잘 들어, 이 핫도그는 말이야, 특제 소스가 발라져 있기 때문에 그 맛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요구르트 소스는 여기 특제 소스를 더 잘 살려주는 특징이 있어. 반대로 칠리소스는 그 매운 맛이 오히려 그 소스 맛을 죽인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리브가 속이 타는지 들고 있던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당신, 여기 알바?"
푸웁.
그 한마디에, 리브는 먹고 있던 콜라를 뿜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게 어떻게 보면 다행이었다.
"알바는 개뿔. 이건 핫도그에 대한 모독이라고. 아우, 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키득대기 시작했고, 리브는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이런.
관광버스에서 춤바람에 신난 아주머니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피곤한 기분을 느끼며, 시아키는 관자놀이에 손을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관련되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시아키는 속으로 빌기 시작했다. 성왕폐하, 저 사람.. 그러니까 ‘리브’라는 아가씨의 눈에 제발 띠지 않도록 저를 보살피사..
"아, 저기 기센 수녀님!"
불행히도 성왕께서는 시아키의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은 모양이다. 초여름의 화사한 날씨로 인해 사람들의 옷 색이 밝았던 탓이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보이는 검은색의 수녀복은 분명 화사한 봄꽃 사이에 피어있는 한 송이의 선인장이었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분명 쿠스케가 있었다면 같이 더 난리를 피웠을지도.
"저기 있잖아, 기센 수녀님. 내 얘기 좀 들어줘."
근데 기센 수녀..라는 말은 좀 빼주실래요? 시아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것은 무언의 표시였다.
".. 여긴 공공장소니까 목소리를 좀 낮춰 주세요."
"... 알았어, 어쨌든. 있잖아, 지금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목소리 톤은 여전했다. 본의 아니게 휘말린 사람 간 문제의 약 70% 이상은 편을 들어달라는 상황. 곤란하기 그지없네. 고작 소스 뿌려 먹는 걸로 고민하는 게 꼭 타릭 신부님 같아.
"그 전에.. 여기 옆에 계신 분하고는 어떤 .. ?"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면 남이 요구르트 소스를 쳐서 먹든 칠리소스를 쳐서 먹은 상관은 없을 테니까. 일단 상황파악부터. 싸움이건 실제 상황이건 그건 시아키에게 있어서는 무척 중요한 덕목이었다.
"에.. 그러니까... 아는 사이. "
"......."
"그런 거 있잖아,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아는 거."
잠깐의 정적. 시아키가 가지고 있던 일말의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리브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럼 리브 당신은 지금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아는 사람과 어느 소스를 넣어 먹어야 제 맛인지를 논하고 있었단 말인가요?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안 물어봤네."
부연설명을 붙이는 건 앞에서 말한 내용을 더 설명하기 위한 것. 하지만 부연설명을 듣고 이렇게 좌절해보기는 얼마만인지. 리브 당신은 엉뚱하고 상식에서 벗어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쿠스케를 이미 넘어섰군요.
시아키, 위기다.

"유진 아이즈입니다."
속으로는 분명 저 분도 어이없어 할 터였다. 시아키가 보기에, 「유진」이라는 저 사람은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인형과 같은, 상당한 포커페이스.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시아키가 보기에, 「유진」은 앞에서 있는 대로 말로 떠들어봤자 나중에 한 두 마디로 뒤집힐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리브. 리브라 불러. 여기 있는 사람은 성왕교회 소속의 시스터 시아키. 강해."
"그럼.. 동행이 아니었나요?"
뭔가 해야 할 말 한 두 마디 씩 빠지고 있다는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이름 같은 세세한 사항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에, 그러니까.. 동행은 맞아. 요기 카운터에서 만났거든."
검지로 카운터가 있는 1층을 가리키며 리브가 웃었다.
"어찌 되었건 간데.. 그러니까, 있잖아. 시스터 시아키. 네가 좀 정해줘. 핫도그 소스 안에 무얼 넣어 먹어야 하는 거야?"
사람마다 제각기 넣어먹는 취향이 다 있는 법인데, 그걸 가지고 딱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라고 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교 창시자 성왕폐하 위의 조물주 아니면 이 핫도그를 만들어 파는 주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시아키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게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이 다 자기에게로 향하고 있었고, 우열을 정해달라는 리브나 초면임에도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유진이 있었기에 회피는.. 쉽지가 않겠구나.
그때,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던 시아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시츠의 이야기가 있었다. 해결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숨죽여 그 결과를 지켜보는 가운데, 시아키는 입을 열었다.
"성왕교회 성경 제4장 19절에 보면 ‘오른손을 달라 하거든 왼손도 내밀어라’ 라고 하는 구절이 있죠."
그러면서, 시아키는 리브의 쟁반에 담겨져 있는 핫도그 반 토막을 집어 들었다. 리브가 손을 대지 않은 새 핫도그였다. 시아키는 포장을 뜯더니, 그 위로 요구르트 소스를 길쭉하게 쳤다.
"....어어? 잠깐만! 너마저 이러기야?"
그리고는, 옆에 있던 빨간색 소스 통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시아키는 요구르트 소스와 다른 소스 사이 틈으로 칠리소스를 치기 시작했다. 자기편을 들어주는 줄 알고 좋아했던 리브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시아키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윽고, 소스를 다 친 시아키는 웃으며 리브 앞에 핫도그를 내밀었다.
"드셔보세요."
리브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이 수녀님은 아예 둘을 섞어버린 것이었다. 하얀 요구르트 소스 위에 떠다니는 빨간 소스.
"이걸 어떻게 먹으란 말이야."
마찬가지로, 시아키는 아직 손을 대지 않은 유진의 핫도그에도 똑같이 소스를 쳤다. 차이가 있다면 리브는 펄펄 뛰고 있었고, 말이 없던 유진은 시아키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는 정도.
"그..그럼 동시에 먹는 거야."
하지만 별수 있겠나. 해결사가 제시해 준 방법인걸.
시아키가 건네준 혼합 소스 핫도그를 집어든 리브와 유진은 그대로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 이쪽이 더 낫다?! 소스의 묵직한 맛을 살려주면서도.."
"전혀 느끼하지가 않아요. 산뜻한 게.... 맛있어요."

"쿠스케가 이 가게에서 핫도그를 자주 사먹는데 녀석이 항상 소스를 그렇게 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고민했었는데, 쿠스케가 막무가내로 쳐서 준 적이 있었어요. 먹어보니 꽤 괜찮은 거 같아서 저도 그 이후로는 이렇게 먹고 있었는데... 근데 원래 이렇게 쳐서 먹는 거 아니었어요?"

시아키의 말에 리브와 유진은 잠시 명한채로 두 개의 소스가 올려진 핫도그와 시아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시아키는 자신의 자리로 가 서류를 마져 정리하고 리브와 유진도 자신들의 자리고 가 핫도그를 먹기 시작한다.
언제 그런 소동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하긴..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니 상관이 없을지도?










02.
유진은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전에 만났던 리브라는 자의 성격은 나름 파악했다고 생각을 했었건만- 새롭게 나타난 수녀라는 자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소스를 합쳐서 뿌려버리다니... 또 그럼에도 맛이 있다는 데 살짝 오한까지 느껴가며 핫도그 먹기에 열중했다. 이미 리브는 세상만사 다 잊고 핫도그를 우겨넣고 있는 중-
잠시 후, 핫도그를 깨끗이 다 먹은 둘은- 동시에 만족한 듯 기묘한 소리를 내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야아~ 이거 맛있네?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먹어야 하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뭘요- 저도 쿠스케가 가르쳐 준대로 했을 뿐인걸요."

아까도 그렇지만 그 쿠스케라는 사람은 누굴까-? 라는 소박한 상상을 하며 유진은 시아키를 가만히 바라봤다. 리브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내 시아키에게 자리를 권했고 시아키는- 어느 샌가 합석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배도 채웠겠다... 난 커피! 너희들은?"
"아, 전 홍차를-"
"...하아? 홍차가 맛있어? 난 별로 맛이 없던데?"

순간 유진의 머리 뒤에 큼지막한 땀방울 하나가 달렸다. 이 아가씨- 또 한판 할 생각이다.

"물론이죠."
"하지만 홍차같은거... 복잡하지 않아?"
"정해진 순서가 있으니깐요."

순간 리브의 눈매가 꿈틀 거리는 것을 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아가씨- 꽤나 보수적이구만?"

리브의 한마디에 이번엔 시아키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전 단지 체계도 없는 그런 음료엔 흥미가 없을 뿐입니다."
"호-오-? 단지 커피를 못 마셔서 그런 건 아니고?"
"흠흠, 전 단지 당신의 논지에 반박을 가한 것뿐입니다."

점점 둘의 성량이 올라감에 따라 시선이 하나 둘 이쪽으로 다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때가 됐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분명 이 타이밍이라면 저 둘은-

둘의 시선이 동시에 유진에게 향했다.

올게 왔구나- 라면 체념하듯 작게 한숨을 쉬는 유진. 그런 그녀의 모습은 상관 않고 둘은 동시에-

"어느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말이 옳은 것 같냐?"

물어왔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유진은 작게 헛기침을 하곤-

"전 녹차가 좋습니다."

짧고 간결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다.

"..."
"..."

아까와 대비되는 고요한 정적을 그녀들을 휘감았다.


결국 셋은 각자가 원하는 음료를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래도 각자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나름 윈-윈(win-win)이라면 이랄까- 그렇게 셋은 각자의 음료를 홀짝이며 소소한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날씨 하나는 죽이는구만?"
"그렇군요- 고양이들이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군요."

커피를 마시다 말고 리브가 바깥풍광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자 뒤를 시아키가 이었다.

"...그럴 것 같군요."

그리고 그 뒤를 유진이 애매하다면 애매한 대답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수녀님은 어떻게 검술 수련은 잘 되 가나?"
"늘 하던 데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다음번엔...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호오-? 저번에도 꽤나 힘들었는데 말야- 나중이 기대되는데?"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픽- 웃는 리브와 시아키.

"저기-"

가만히 앉아있던 유진이 조용히 질문의 서두를 꺼낸다.

"두분- 싸워본 경험이 있나 보군요."
"아...예전에 이 수녀님의 검술실력이 뛰어나서 내가 덤빈 적이 있어~"
"결국은 제가 졌지만 말이죠."
"서로 비겼다니까?"
"아무튼요."

이에 유진은 그렇군요 라며 수긍하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리브였었다. 약간 식은- 반쯤 남은 커피를 원샷하곤

"그래- 요즘도 그 일을 하나?"

앞 뒤 다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밀고 들어온다. 역시 여전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유진은 잠깐 뜸을 들이곤-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서서히 줄여나가곤 있습니다."
"호오~?"

유진의 말에 진심으로 놀랍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리브. 시아키는 영문을 몰라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리고 얼굴도 조금 풀어진 것 같은데- 좋은 파트너라도 생긴 건가?"
"그렇다면... 그럴 수 있겠군요."
"오오~ 잘 됐네~ 파트너가 생겼다면 나랑 비슷한 일인건가?"
"네"
"음..그렇단 말이지.."
"이제는 저도 알만한 이야기로 넘어갔음 하는데요?"

조용히 리브와 유진의 말을 듣던 시아키가 결국 한소리 한다. 이에 두사람은 험험거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컵을 들어 마시는데, 리브는 자신의 커피를 원삿한것을 까맣게 잇고 또다시 원삿하려 하다 안에 아무것도 없는것을 알아차리곤 뒷머리를 긁으며, 민망한 웃음을 날리며 컵안의 내용을 채우려 일어선다. 그녀의 모습에 시아키는 물론 유진도 약하게 '풋'하며 웃는다. 어느새 서로간의 어색함은 사라진지 오래~ 서로 모일려고 해도 모이기 힘든 세사람의...역시나 보기 드문 '수다'가 시작되어 한다. 아니 이미 시작되고 있다.










03.
여러 말들이 오고 간다. 서로의 파트너 이야기..자신의 직장이야기. 유리벽 넘어의 멋진 남자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잡담까지..세명의 대화는 그칠줄 모르고 이어지고 이어진다. 그러다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돼"

나의 말에 유진과 시아키의 시선이 모아지고..
이에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큰 제스처를 취하며..

[그..세마...아니...육과의 대장들 말이야. 그렇게 쭉쭉빵빵 미녀들인데 왜 아직 짝이 없데? 나이도 한창 땐데 말이야~"

나의 말에 놀란듯 반문하는 시아키..

"저기..부대장님은 짝이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젠 거의 공식커플이 되었는데.."

그녀의 말에 난 팔짝 뛰듯 의자에서 일어난다.

"뭐?! 그 꼬마 너구리가?!!!!!"
"리브씨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나의 우레와 같은 말에 유진이 태클을 건다. 이에 난 다시 '흠흠'거리며 조용히 자리에 앉고 나의 반응을 조금 놀란듯 쳐다보던 시아키가 다시 말한다.

"몰랐어요? 리나양이 말안해주던가요...육과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당사자들은 쉬쉬거리고 있는 듯한데 이미 소문이 다 난걸요.."

시아키의 말에 난 조용히 '그렇구나' 라고 말한다. 앞의 둘이에게 말할순 없지만..
왠지 안심이 되는구만..아..그 녀석의 상판떼기라도 함 보려 가야 겠는걸..이거 일이 또 하나 늘었네...흠..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진이 한숨을 쉬듯 말을 뱉어낸다.

"제 파트너는 주변에 여자가 많을 팔짜인지...자꾸 그런 일이 생깁니다."
"어머? 그래요?"
"설마..그녀석 바람둥이과?"

유진의 말에 나와 시아키는 바로 반응을 보이고..우리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진은 고개를 약간 숙인채 대답한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진씨..조심하세요. 그런 조짐이 보이면 바로 '수정'해줘야 한답니다."
"이봐 수녀님..그런 말은 누구한테 들은거야?"
"아..얼마전에 시그넘 부대장님이랑 이야기할 때 들은 거에요"
"....."
"아무튼 그런 남자는 가만 나두면 안되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보단 그의 주위에 마력과도 같이 여성들이 모여든다는게.."
"일명 천연파인건가.."
"리브씨는 그런 말 어디에서 들으셨죠?"
"아..이거 최근에 본 애니에서~ 근데 수녀님도 이 단어를 알줄이야?"
"쿠스케가 볼때 가끔 옆에서 보곤 했거든요.."
"아.."

왠지 대화의 내용이 어디의 산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에 유진이...

"그러고보니 수녀님은 남자친구 없어요?"

아에 내용의 방향을 급전환해버리지만, 그 전환내용도 심히 궁금한 것이기에 난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유진의 질문에 시아키는 조금 당황한듯 싶지만 곧 대답해준다.

"아직 교제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 리브씨는 어때요?"

유진의 시아키 질문에 실실거리며 웃고 있던 나에게 시아키가 일침을 가하고.. 나는 흠짓 놀라며 두사람의 모습을 살핀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왠지 모르지만 진지모드로 돌입중..이에 난 손세레를 치며 변명하듯 이야기한다.

"아하하하 나같은 넘이 그런건 사치지~ 귀찮기도 하고.."
"그래요?""그렇습니까?"

나의 말에 두 사람은 납득할 수 없다는 대답과 표정으로 나를 압박해온다. 뭐야..이 요상한 분위기는...

"성격드럽고, 남자같은 나를 좋아할 멍충이도 없고..나도 누군가와 사귄다는 건 생각해본적도 없어...그거 왠지 닭살이지 않아? 윽..."

이상한 분위기를 없애고자 한 말이지만 그게 또 역효과가 나버린다.
나의 말에 두사람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뚫어지듯 내얼굴을 쳐다본다.
그렇게 한동안 나를 쳐다보던 두사람중의 하나인 시아키가..

"리브씨...남자친구 사궈본적 없죠? 물론 누군가를 좋아해본적도.."

라고 물어본다. 이에 나는 당연하다는듯이 말해주는데..

"응?? 아...응...일이 바빠서 말이지...그런 여유는 없었어..하하하하"
"역시.."

란 대답을 들어버린다. 역시라니...
뭔가 태클을 걸고 싶지만 지금의 주제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야기거리를 말하려 하는데 갑자기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네요. 오늘은 파트너가 모처럼 쉬라고 했지만 조금 걸리는게 있어 조사를 하려 가야 합니다."
"아..일이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저도.."
"응?"

유진에 이어 시아키까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은 자료정리를 하는 것이었어요. 마져 정리해서 쿠스케에게 보내줘야 해요"

뭔가..아주 기가 막힌 우연인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한다. 왠지 여기서 태클을 걸었다간 나만 너덜너덜해질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둘다 바쁘구만. 열심히들 해. 나도 슬슬 숙소로 돌아가봐야 겠다."

무심한척 말하며 나도 의자에서 일어난다. 근방 작은 탁자에 앉아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이라곤 믿기지 않은 정도로 세명은 각자의 방향으로 별 인사도 없이 흩어진다. 시아키는 자신의 짐이 있는 2층으로..유진은 출구쪽으로 곧장 나아가고. 나는 저녁거리로 핫도그와 커피를 포장 주문한다.

그렇게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던 세사람의 동작이 갑자기 멈춘다.
가게의 출입구에 선 유진과 2층의 계단앞에 선 시아키..그리고 그들의 가운데 있는 카운터 앞에 선 나.. 우린 서로의 얼굴을 잠시 번갈아 쳐다보다가...곧...

"사신 아가씨 몸조심하고~ 기센 수녀님도 힘내수~"
"리브씨..시아키씨..오늘 감사했습니다."
"두분다 몸조심 하시고요~"

주위에서 쳐다보는것도 잊은채 세사람은 큰소리로 각자에게 한마디씩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에 또 보자구~"
"다음에 뵙겠습니다."
"꼭 다음에도 뵈어요"

다른 문장이나 뜻은 같은 말을 세사람의 입에서 흘려나온다.
이에 나는 호탕하게 웃어버리고, 유진도 약간이나마 미소를 보여준다. 물론 시아키도 환한 미소로 답해준다.

그리고 그녀들은 몸을 돌려 각자 있을 곳으로 돌아간다.
작으면서도 소소한 기쁨을 준 휴가를 뒤로 한 채.. 그들이 중심이 된 일상의 조각속으로..




- Fin -




ps.
제 입장에서...내용 쓰기 참 힘들었다는....몇일동안 고민했지만...내용은 결국 날림으로 끝냈다는거;;;;
암튼...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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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무장괴한 2008/05/03 23:12 #

    와아~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잘 보고 가요~(왠지 쑥쓰러운 느낌이;;) - 무장괴한.
  • 시와랑 2008/05/03 23:13 #

    흐음 큰(?) 일없이 끝나서 다행이네요 ㅡㅜ (뭘생각한거냐?)
  • 메이군 2008/05/03 23:17 #

    이렇게 써 보는 것도 꽤 신선한데요?

    세 여성분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도 그렇고요.
  • wizard 2008/05/04 00:03 #

    오오 싸우지 않았군요 다행입니다[응?]

    랄까, 시아키수녀님 일은 어찌하셨나요 ㄷㄷ
    점심 먹기도 바쁠정도의 급한 일을, 수다에 중단당하셨...
    아무튼 잘 보고 갑니당 ㅇㅅㅇ

    '화사한 봄꽃 사이에 피어있는 한 송이의 선인장'이라니...
    수녀복도 충분히 모에하다구요!(맞는다) to 쿠스케님
  • 현실히즈 2008/05/04 00:14 #

    오오ㅡ 재밌습니다?![삼인삼색이야기군요?!]
  • 어느폐인 2008/05/04 07:07 #

    신선하군요!
  • Kuki 2008/05/04 11:56 #

    [쿠스케] wizard님/ 시키가 뒤에서 스자크를 들고 웃고 있네요;; (덜덜덜)
    냐하~ 뭔가 색다르게 시도해본거지만, 재미있었습니다 /ㅂ/
    그럼 이거 2탄은... (야)
  • 리나인버스 2008/05/06 09:18 #

    무장괴한//ㅋㅋㅋ 무려 쑥쓰입니까^^;; 고생많으셨습니다~

    시와랑//아하하하 그렇습니까아?^^

    메이군//그렇죠? 후후

    wizard//허허허허

    현실히즈//그야말로 삼인삼색토크?!(응?!)

    어느폐인//감사합니다^^;

    Kuki//수고많으셨어요~ 2탄 달리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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