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단편] 그리움 by 리나인버스

『그리움』







01.
매일 빼먹지 않고, 질려도 볼 수밖에 없는, 서류뭉치들을 반복되는 동작으로 읽어나간다.
매일 보는 거지만 그렇다고 예사로 봐선 안 될 일. 재미없고, 지겹고, 골치 아프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해치우고, 조금이라도 빨리 퇴근 해 쉬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오늘은 ‘다른 애‘들이 집에 없기에…

편히…

울 수 있기도 하니까…








열심히 노력한 결과,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직은 본국에서 마련해 준 다세대 아파트 - 그래도 일단은 지휘관 전용이다. - 라 볼켄리터 전원이 살기엔 좁은 집이다. 그럼에도 그 애들은 일주일에 한번은 어떻게든 전원 출동해 나를 챙긴다. 괜찮다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주인이라고 받으면서도, 이럴 때는 다들 한 고집한단 말이야. 특히나 시그넘은 조금 심할 정도. 그녀는 틈만 나면 나에게 연락을 해 잘 지내냐고, ‘뻐기는 놈’은 없냐고 묻곤 한다. 뭐… 그 ‘틈만 나면‘이 일주일에 한 두 번이지만, 그녀의 스케줄로 보면 그것도 대단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한 사람만 살면 조금은 넓어 보이는 보금자리에 도달한 나는 일단 대충 씻고,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오늘은 사람이 없지만 내일이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들이닥칠 것이다. - 실제로는 내일 모인다는 그 어떤 약속도 없지만, 분명 모두 모일 것이다. 사소한 핑계를 들면서 말이다. 아- 이건 야천의 여왕의 이름을 걸고 맹세 할 수도 있다. - 오늘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할 일이 정해져 있기에 내일 할 일을 지금 최대한 해놔야 한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는다.
대대적인 청소 후엔 모두의 먹거리 준비.
고맙게도 내가 만드는 음식은 모두 맛있어 하며 먹어준다.
뭐…맛 자체에서는 자신감이 조금 있지만, 늘 먹을 때 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 애들의 모습을 보면 귀여운 생각도 든다. 특히나 음식을 먹을 때 에는 그 귀여움이 부모의 자식사랑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한층 더 귀여움의 수치가 올라간다. 아- 나도 마더콤플렉스? - 부모의 심정으로 주위 사람을 챙긴다는 그 병? - 뭐… 따지고 보면 부모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주인과 기사의 관계이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고, 서열은 내가 알기 전부터 이미 세워진 상태. 다른 마스터들에겐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한텐 모두들 어느 정도 의지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나는 그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부분도 합쳐져서 부모의 마음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이거다.

나의 가족에게 맛있는 걸 먹일 수 있다는 행복.
이걸로 모든 것을 납득한다. 음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요리를 만드니 어느새 준비가 마쳐진다.
시계를 보니 7시정도 되었다.
퇴근해서 줄곧 집안일만 했더니 시간이 훌쩍 가 버린다.
만든 음식의 완성도도 확인할 겸, 만든 음식을 조금 맛본다.
더불어 오늘은 이것으로 저녁을 해결해버린다. 평소에는 시간이 허용되는 만큼 나름 잘 차려 먹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일부러 조금만 먹는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에…

그렇게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요리와 더불어 부엌을 정리하고 오늘의 피로를 풀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그리고 탕 안에서 느긋하게 물의 따뜻함과 그것으로 인해 저절로 풀어지는 몸과 마음을 하염없이 내버려 둔다.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시간이니 제대로 만끽해야 할 터…

조금 있으면 몸과 마음에서 모든 힘과 에너지가 고갈될 테니 쉴 수 있을 때 충분히 쉬어야 한다.







욕실에서 나와 침실로 도착해 파자마를 입고 얼굴과 몸에 영양을 준 후 자리에 누워 시계를 보니 10시. 언제나처럼 그 시간이다.


매년 오늘.
나. 야가미 하야테가 세상과 고립된 채 세상 끝까지 울 수 있는 단 하루의 날.
그 애… 린포스 아인에 받치는 순수하면서 조금은 괴로운 찬사.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몸부림.
사무치게 느껴지는 그리움의 종착역.

나. 야가미 하야테는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이성으론 참고 넘어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하고,
수많은 생각에 몸을 맡긴 채 슬픔에 빠져든다.







02.
혼자 자기엔 조금은 큰 침대위에, 얇은 이불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건만,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야무지게 단 입으로 최대한 막고 있으나 그 사이로 나오는 소리는 어찌 할 수 없다.
그 울음소리를 듣기가 괴로운지 그녀는 아예 얼굴 전체를 이불속에 파묻혀 버린다.

“흐으으윽……”

이불까지 막았음에도 그녀의 울음은 이불속의 섬유질속 미세한 구멍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온다. 다시 들려오는 자신의 울부짖음에 그녀는 몸을 잔뜩 움츠린다. 그리고 토해내듯 말한다.

“흑… 더 이상은…안돼…”

종언…이라고 불릴 정도의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말이 끝난 직 후.
하야테는…

일 년 동안 지니고 있던 아인의 그리움을 한꺼번에 토해낸다.
눈물과 울음이라는 슬픈 매개체를 통해…

하야테… 그녀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슬픔으로, 아픔으로, 고통으로 단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리가 공기의 길을 따라 곳곳에 울려 퍼진다.
모두가 맛있게 먹어 주길 바라며 음식을 만든 부엌에도,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내는 욕실 문에도,
모두가 모여 담소를 나누는 거실에도,
힘차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출입문 앞에도…

어린 나이에 커다란 마력과 재능을 가져, 높은 지휘에 올라 모두의 부러움과 질투를 사는 엘리트라고 불려도 ‘지금의 야가미 하야테’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단지 그녀만을 생각하는 나약한 소녀에 불가해…지금만은 그녀의 나이에 맞은 모습이 된다.

고집스럽고, 자기 자신만을 아는 보통 여자애의 모습.
오늘만은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짐했기에,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겨우 오늘뿐이니까…

그렇게 그녀는,
슬픔과 함께 해 하염없이 그녀의 그리움을 토해낸다.

그리고 그 슬픔의 메아리는 새벽을 넘어 해가 지면에 걸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03.
동이 튼다.
이제는 멈춰야 할 때.
밤새도록 울었으니 조금은 개운함을 느낀다.
물론 그 보다 몇 배는 고통스럽지만…

진정되는 마음과 가슴을 느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
그 애들에게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어제와 같은 일을 모두가 알아선 안돼.
흥건하게 젖은 이불과 시트를 침대에서 때어낸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대용품을 원래의 자리에 맞혀놓는다. ‘남은 것들‘은 모두가 눈치 채지 못하게 잘 숨겨 놓는다.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거실로 나가니 인공햇빛이 거실을 가득 채운다.
인공이라고 하지만 진짜 햇빛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왠지 힘이 솟는다.
아니 없는 힘도 이제부터는 솟아나야 한다.

왜냐면,
나의 또 다른 소중한 가족들이 곧 들이닥칠 때니까. 만나야 하니까.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야 하니까.

더 이상은 슬픈 일을 겪을 수는 없으니까…
더 이상은…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힘차게 외친다.



“아자아자!!! 오늘도 힘내는 기다! 야천의 왕. 야가미 하.야.테!!!!!”





그렇게 볼켄리터의 주인이자, 야천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야가미 하야테의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 단 하루의 슬픔을 지낸 채…

그녀의 집밖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서 일련의 소란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출입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녀가 몸을 돌려 출입문 쪽으로 향한 직 후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외친다.

“다녀왔습니다!!”

그것에 하야테는 활짝 웃으며 답한다.

“어서온나~”



집으로 돌아온 그들도,
집에서 그들을 맞이한 그녀도,

모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Fin -




참으로 오래간만에 쓰는 중령님 팬픽이군요...
쓰면서 또 감정이입이 되어..아주 조큼 촉촉해버렸지만,
그닥 상관은 없네요.(응?)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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