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팬픽] 친구가 되는 것 - 친구와 마도 by 리나인버스

[이벤트] 이글루스 개설 3주년 기념 이벤트 시작합니다!





“1번과 4번, 9번의 술식 풀이를 시작해 주십시오.”

분명한 사람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엔,
흔히 말하는 감정이란 것이 묻어나지 않는다.

“산정된 시간은 1시간입니다.”

다시 이상한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에요?! 빨리해도 3시간은 걸리는 작업이란 말이에요!!”

먼저 들린 목소리와 다르게 감정의 흐름이 명확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불어 분노와 짜증이 적절하게 섞여져,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낸 자가 화가 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의 능력치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메마른 단음과 같은 목소리가 말한다.

“그러니까…저는 기계가 아니라니까요.”

가까스로 분노를 참으려 하는 감정만발의 목소리가 대꾸한다.

“당신이 여기서 포기하게 되면…”

“…”





“저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됩니다.”





“…”


“그래도 저의 부탁을 거절하실 겁니까?”







[이벤트 팬픽] 친구가 되는 것 - 친구와 마도







01.
협박인지, 부탁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말을 하는 목소리에 또 다른 목소리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저 분노를 담아 그…아니 그녀를 노려볼 뿐이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노려보는 눈에 차가운 목소리의 그녀는 그저 눈을 마주할 뿐이다.
아무런 희로애락이 없는 불빛과 같은 눈으로…
이에 노려보는 것을 포기한 듯 한 다른 한쪽은 언제부터인가 열어놓은 자기전용 키보드에 손을 언지며 말한다.

“2시간은 주세요. 1시간은 어림도 없습니다.”

삐삐거리며 울리기 시작하는 키보드 음.
그리고 그 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들린다.

“수락되었습니다. 그럼 힘내주십시오.”

역시나 담담히 말한 그녀는 그곳에 우두커니 서 다른 한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무런 표정도 동작도 없지만, 그 모습은, 감시라던가 감독이 아닌…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 기다리는 듯, 알 수없는 분위기를 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의 그녀 뒤에는,
투명 문이 있고,
그 문에 무언가 보인다.




녹색이다.
문 너머의 모든 공간이 녹색이다.
또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녹림의 빛깔 안에 수명의 사람들이 잠든 채 공중에 떠 있다.
모두 흰색 가운을 입고 있고, 한 사람은 탐사기 같은 디바이스도 들고 있는 걸로 봐, 무언가를 찾으러 온 기술자들 같아 보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분들을 꼭 구해내겠어요.’









‘그러니까… 마리씨… 다른 분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보통 사람에 비해 작은 손가락 10개가 무서운 속도로 그녀 전용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그에 반응하듯 그녀 앞의 대형패널은 복잡한 술식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렇게 리나 피에스트 그녀는 자신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상대방이 시키는 것을 약간은 투덜거리며 완수하고 있다.





이렇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연구에 의한 정보를 찾기 위해 리나와 마리엘 및 일부 기술자들이 탐사를 나왔다가 정체불명의 한 사람에게 붙잡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장소로 전이.
그 후에는 리나만 남겨놓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속.
점점 생체기능을 빼앗아가는 물체에 ‘담겨진’ 사람들을 볼모로 잡은 그녀는 이와 같이 말한다.

“여기에 있는 술식들을 모두 풀어주세요.”







02.
그녀의 말에 리나는 냉담하게 맞받아친다.

“「안드로이드」인 당신이 하는 게 더 빠르지 않나요?”

리나의 차가운 말에 그녀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아니 애초에 표정이 있을까 싶은 얼굴로 대답한다.

“현재 저의 기능은 거의 대부분 정지되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에게 풀어야 할 술식을 제공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당신은 무엇을 얻게 되죠?”

계속되는 직설적인 질문.
그것에 상대방은 그저 묵묵히 대답해준다.

“제가 얻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주인님의 유지를 따를 뿐입니다.”

“유지… 뭔가 사정이 있다면 제대로 설명을 해주세요! 그렇게 한다면 성심껏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법은 너무나 잘못된 거예요!!”

“…인간은 자신과 주변인이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놀라운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기동되는 동안 주인님의 바람을 이루려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서 작업을 시작해주세요. 지금도 당신의 ‘친구’분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전의 말과 함께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머리위의… 뭐라고 해야 하나…
직사각형의 바 안의 칸이 하나 사라진다. 그 모습은 보통의 밧데리칸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으며, 지금의 칸 소모로 바 안에는 두 개의 칸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 모습에 리나는 여전히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며 생각한다.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사람. 아니 기계이다.
하지만 이런 난폭한 짓으로는 일을 해결 할 수 없다.
일단 사정을 듣는 것이 우선. 그리고 마리씨들도 구출해야 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역시나 최근에 지은 건축물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상황을 지금보다 호전시켜야 해…

“알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데로 술식이든 뭐든 풀겠습니다. 하지만 저기에 갇혀진 사람들은 풀어주세요. 당신이 말한 그 능력발휘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저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말해주세요. 그러면 술식을 푸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주인님의 패스워드 없이는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준다고 해도 사람들을 구할 수 없는 거잖아요!!”

마침내 흥분한 리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작은 몸인데도 목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그것은 걱정 마십시오. 저의 생체제어프로세서로 멈출 수 있습니다. 꼼수이긴 하지만요.”

“에?”

“자… 어서 시작해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여전히 협박인지 부탁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리나는 결국 항복-
더 이상 말싸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리나이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까지 지난 것인데…


그녀가 열어주는 술식의 대부분은 고대미드식의 언어들이다.
거의 99%가 마도와 관련된 것들이라 리나 자신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물론 간간히 베르카언어도 보이긴 하지만 시그넘들이나 아기토나 루테시아에게 배운 덕분에 막히는 곳은 없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리나 자신이 표적이 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나의 수행능력에 딱 맞는 일인 것이다.

그래도 리나에게 맞는 일이긴 하지만, 술식 하나에 어마어마한 프로세서가 걸려있어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싸매고 해야 할 일도 아니지만.


그래서 시작되게 한다.

술식풀기를 강요당해 일하고 있는 리나와,
그녀를 강요하는 또 다른 그녀의 대화가…
리나와 그녀의 인연의 시작이…







03.
“당신 식별코드 같은 건 있나요? 다르게 말하면 이름이겠군요.”
“물론 있습니다. 저의 주인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입니다.”

“뭔가요?”
“제 이름은 ‘헤르츠’라고 합니다. 고대베르카언어로 ‘마음’이란 뜻이죠.”
“뭔가 미묘한 이름이군요. 지금의 당신에게 있어서…”
“그렇습니까.…”

“…제 이름은 리나 피에스트라고 합니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고대 미드식 유니존체의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그렇군요. 고대 미드언어를 아는 사람을 색출했지만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법은 만능이 아니니까요.”
“동감합니다.”

자그만 의견일치에 리나는 저도 모르게 ‘풋’하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헤르츠라고 이름을 밝힌 그녀는 처음의 표정 그대로이다.

“헤르츠씨는 언제부터 여기에?”
“정확한 일자는 다른 기능들이 정지되면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어림잡아 말씀드리면 대략 천년가까이 이지 않나 싶네요.”
“역시 그렇겠지요. 고대 베르카는 그쯤에 멸망했으니까요.”
“…”


침묵이 시작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한 리나였지만, 뜻하지 않는 단어가 나온 탓에 말을 잇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리나가 묵묵히 술식풀이를 하고 있는데 돌연,

“저의 주인님에 대해 말씀드려도 될까요?”

다시 입을 연 것은 「안드로이드」인 헤르츠였다.




붉은색 대형패널을 쳐다보며 키보드를 치던 리나는 헤르츠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이지만, 눈빛만큼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부탁드릴게요.”

“저의 주인님은 마도의 서를 지니신 위대한 마도사였습니다.”
“마도의 서?”
“네. ‘진리의 서’라고 불리는 마도서였죠. 순전히 마도만을 연구하는 책이었습니다.”
“설마…”
“주인님 주위에는 주인님의 연구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주인님도 성품이 인자하셔서 그런 사람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주인님 주변에는 친구 분들이 끊이지 않았죠.”

“그렇군요.”

“주인님과 ‘진리의 서’가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마도의 진리’였습니다.”
“마도의 진리…”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마도. 그것의 본질을 주인님은 술식으로서, 이론으로서 정의내리길 바라셨습니다.”
“마도의 본질을 정의 내리다니요? 이해 할 수가 없네요.”
“다른 분들도 대부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마도의 진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 어려울 뿐입니다.”

“더욱더 모르겠네요.”
“전 주인님의 뜻에 따라 당시 전해오는 모든 종류의 마법술식과 마도형태를 연구하였습니다.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마도의 본질에 다가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어요.”

“그렇겠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마도의 진리라든지, 본질 같은 걸 정의내린 마도사는 아직 없으니까요. 미드식이나 베르카식을 정의내린 사람은 있지만요.”

“주인님의 생애에서는 결국 그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한탄스럽게 생각한 주인님은 저에게 마도를 불어넣으며 이르셨습니다.”

“나의 유지를 따라 ’이것‘을 풀어내 마도의 진리를 찾으라. 라고…”

“그게 바로 이 지겨운 술식들이군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풀려 했지만, 제 안에 입력되어 있지 않는 단어들도 있어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풀 수 있는 사람을 여기서 계속 기다려왔습니다.”

“당신은… 그럼 이 술식을 모두 풀면 그 마도의 진리라던가, 본질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확실치는 않지만 주인님은 그렇게 명하셨습니다.”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못 미덥군요. 당신의 주인이란 사람…”
“…”
“애초에 이런 술식이 있었다면 당신에게 시키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풀어냈음 되는 거 아닙니까? 꼭 이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모든 건 주인님의 뜻대로 일뿐입니다.”
“네네…”





“그런데 헤르츠씨. 혼자 이곳에 있었습니까? 동료라던가, 친구는…”
“없습니다. 저 혼자 이곳을 지켰습니다.”
“외로웠겠군요.”
“오래 기동하기 위해 필요 없는 기능들은 제거하였습니다. 그때 감정컨트롤도 없애버려, 그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예전엔 감정을 가지고 있었잖아요. 그렇다면 그것을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겁니다.”
“불가합니다.”
“아니요. 지금 당신의 눈빛에서 그리움을 느꼈으니 곧 외로움도 나타날 거예요.”

불시의 리나말에 헤르츠는 혼란스러워 한다.
그 딱딱했던 표정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분명히 감정제어장치는 정지시켰는데…”

“그것보다 다음 술식을 준비해주세요. 십분 정도만 있음 이 술식은 풀리겠네요.”
“네.”




“잡담은 여기서 그만 하죠.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 마리씨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끝내야죠. 이곳에 마법센서같은 건 없죠?”
“네. 트리플S정도의 마력이 동시에 분사되지 않는 이상 상관없습니다.”
“좋아요. 당신이 원했던 그 능력을 발휘해보도록 하죠. 마력전개!!”



그리고 리나의 장기이라고도 할 만한 보조마법의 정점인 술식제어가 시작된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 모아, 헤르츠의 임무를 도와주기 위해…







04.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공간 안에 작게 울린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리미터 해제와 더불어 전력전개와 맞먹는 힘을 낸 리나는 거의 쓰려지기 일보 직전상태가 되어 버렸다. 현기증마저 느껴 조금씩 아래로 내려앉는 리나에게 도움의 손길이 다가온다. 그것은 이제 한 개의 칸만이 존재하는 바를 머리에 달고 있는 헤르츠의 머리 위였다. 홀로그램인 듯 그 바는 리나의 몸을 통과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저의… 아니 주인님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여전히 표정에는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지만, 목소리는 아주 조금 흥분이 묻어놔 있다.
리나가 말한 것처럼 정말 감정이 살아난 것일까?

어쨌든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리나도 헤르츠가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리나가 푼 술식들은 사실 일반적인 문장이 아닌, 암호화된 코드였다.
그 코드들이 순서대로 배열되면서 또 다른 술식을 풀기 위한 패스워드로 변하는 것인데, 그 것이 지금, 이 순간에 리나의 노고로 인해 나타난 것이다!

길게 나열되어 가는 코드의 집합체들.
그리고 곧이어 그 집합체들은 어떤 배열로 인해 패스워드 화되고 곧 어떤 술식을 불려드리며, 자동으로 그 술식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 술식 풀이는 싱거워할 만큼 쉽게 끝나버리고, 대형패널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천천히 뜨기 시작한다.

그 문장을 바라보는 헤르츠의 표정을 볼 수 없는 리나는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연 그녀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리나는 마음속으로 그 문장을 읽어 내려간다.

‘당신이 있는 그 곳이 마도의 진리가 시작되는 곳이며, 곧 정점에 서는 곳이며, 끝나는 곳이다.’

그야말로 흔해빠진 교훈적인 말…이라고 리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 천년가까이를 기다린 헤르츠는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엔 강요에 의한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차츰 같이 있으며,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리나였다. 리나 자신도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었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가 이런 것이라니… 솔직히 김빠지는 결말이다.
자신의 몸이 리나 마음대로 움직여 준다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KO상태. 그저 그녀가 하는 말을 기다릴 뿐…그리고 그녀의 이끌림은 곧 시작되었다.



“답은 확실히 얻었습니다. 이것으로 저의 임무는 끝나는 거군요. 수고 많았어요. 리나양.”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에 헤르츠는 자신의 머리위에 있는 그녀를 두 손으로 조심히 옮겨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가 보여준 얼굴에 리나는 크게 놀라게 된다.

아무런 표정이 없던 그녀가 은은하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리나의 놀라워하는 표정에 그녀는 또 다시 웃는다.

“리나양 말대로 감정제어장치는 정지되지 않았나 봐요. 다만 그동안 저 스스로 감정이라는 것을 무시했는지 몰라요. 역시 혼자는 외롭잖아요?”

헤르츠의 말에 리나의 붉은 눈동자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를 위해서 울어주시는 거예요? 리나양은 참 다정한 분이시네요.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저의 임무도. 그리고…”

“당신의 인연도…”

“?!”

다른 사람들이 갇혀진 곳으로 이동하는 헤르츠와 리나.
그리고 그녀의 말은 이어진다.

“저의 주인님의 친구 분 중에 야천의 서를 가지신 야천의 왕이 계셨어요. 그 분도 마법을 연구하셨죠. 그리고 고대미드언어에 정통하셨어요. 베르카의 왕족이셨는데 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요…”
“…”
“아마 주인님은 가장 친했던 친구 분의 뜻을 기리고자 고대미드언어를 사용한 것 같아요. 야천의 왕께선 항상 그러셨거든요.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고요. 그중에 하나가 고대미드언어를 남기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네요.”

녹색 벽이 둘러쳐진 곳에 도착한 두 사람.
리나를 한 손에 옮긴 헤르츠는 남은 한 손으로 문 옆의 센서위에 손바닥을 댄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프로세서들이 열고 닫히며 무언가를 작업하기 시작한다.

“주인님이 말씀하신 마도의 진리. 그것은 마도사의 ‘그것’에 새겨져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확신하지 못했는데, 주인님의 유언으로 확실해졌습니다.”

헤르츠의 프로세서 풀이도중 갑자기 그들의 공간전체가 붉게 암전된다.

“이곳은 곧 세상에서 없어질 겁니다. 역시 주인님의 마법술식은 강력하네요. 저로서는 풀어낼 수가 없네요. 결국은 주인님도 몰랐던 꼼수를 쓸 수밖에요. 훗-”

“헤…르츠씨…”

“괜찮아요. 처음에 했던 약속이었고, 더 이상은 살아있을 이유가 없거든요. 저도 이제 쉬고 싶답니다. 다만…”

“…”

녹색 빛으로 가득했던 공간에서 빛의 알갱이들이 조금씩 모여든다.
공간전이의 전조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라도 할 만한 존재가 없어 조금은 쓸쓸하네요. 하지만 저한테는 사치일지도요.”

“제가…”

“네?”

“미흡하지만, 제가 헤르츠씨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첫 대면은 살벌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설명 할 수 없는 모종의 관계를 느낀 리나였다.
진정으로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함께 한 시간이 짧았다고 해도 못 될 이유 같은 건 없을 터이다. ‘친구’라는 것은 서로의 ‘인연’이 시작되는 스타트지점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리나양. 정말입니까?”

헤르츠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묻는다.

“진리의 마도서. 헤르츠씨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이에 리나는 명확하게 답해준다.
비록 힘이 없어 축 늘어져 있는 몸에 목소리마저 떨리는 상태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영광입니다. 붉은 요정 리나양~ 저와 친구가 되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리나의 진심에 헤르츠도 그것을 받아드린다.

“저야말로. 당신의 주인과 그 친구 분의 유지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자.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저의 마지막 친구의 배웅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돌연 리나를 든 헤르츠의 손이 전이되는 공간속으로 쑥 들어간다.
이에 리나도 그 공간속으로 빨려 들어가 공중에 띠워진다.
동시에 헤르츠가 있었던 공간 여기저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저의 마지막 친구이자 은인인 리나양. 부디 저와 주인님, 그리고 그 친구 분의 마도의 진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전이되는 그 순간에 들은 헤르츠의 말에 리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손을 흔든다. 더불어 눈물방울이 걸려 있는 눈동자에는 작게 반달모양이 되어 헤르츠를 바라본다.
그것을 본 헤르츠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배웅한다.







05.
마도의 진리와 친구이라는 인연.
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아리송하면서 숭고한 이 관계는 기능 정지되어 가는 헤르츠의 마음속에 또렷하게 각인된다. 그리고 기억한다. 그녀의 주인이 했던 말을…

“헤르츠. 내가 마도의 진리, 본질을 찾는 이유 중엔 이런 것도 있단다. 친애하는 친구 중에 조금은 엉뚱한 녀석이 있거든. 그 녀석을 위해 마도의 본질을 찾아주고 싶어. 자신이 행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또한 해야 하는 일들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마도의 진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그리 말해주고 싶어. 너무 나만 생각하는 건가? 하하하…”





‘나의 주인이시여. 당신은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이 찾으려 했던 것은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모두의 마음속에… 마도의 근본, ’링커코어‘와 ’마음‘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러니 부디 안식의 저편에서 편안하시길.’



‘지금 저의 마도가 세상에 잠시라도 빛을 바랄 수 있다면, 소원합니다. 저의 마지막 친구인 리나양이 부디 괴롭지 않도록, 행복하도록… 저를 만나서 힘들어지지 않도록… 하지만 저를 기억해주셨음 합니다. 계속되는 그녀의 마도에 행운이 깃들기를…’






- Fin -





겨우 끝났네요;;
이렇게 무작정 쓰고 무작정 고치고 대책없이 쓴 글은 또 첨인듯......OTL
자..드뎌 이벤트마감날이 오늘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몇분이나 더 참여해주실지 리나의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거립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덧글

  • 메이군 2009/05/31 22:57 #

    이건 새드엔딩일까요 해피엔딩일까요...
  • wizard 2009/06/06 11:43 #

    처음에는 적이었지만, 그래도 친구가 되었으니 다행이군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