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단편] 대화 by 리나인버스

녹음속 원형테이블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
한쪽은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갈색 단말머리를 하고 이름도 '찬란한' 시공관리국 육사 제복을 입고 있다.
계급을 알려주는 어깨장식이 반짝 빛난다.

반면에 그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이는 보잘것 없는 낡은 검은색 코드에 그리 길지 않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머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윗도리와 마찬가지로 아랫도리도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낡은 바지와 지저분한 워커가 몸을 감싸고 있다.

테이블위에는 갓 나온 차가 연기와 향기를 내며 놓여져 있다.
하지만 그 흔한 과자는 준비되지 않은 듯 하다.

"지를 왜 불렸슴꺼?"

각이 잡혀 있는 제복을 입은 쪽이 먼저 입을 연다.

"용건이 있어서지. 할일없이 내가 너를 만나겠어?"

대답하는 쪽은 뭔가 심드렁하다. 자기쪽에서 용건이 있는데도 말이다.

"여전하구마예. 말씀해보이소. 무슨 일입니꺼?"

'별수없군'이라는 느낌이 드는 대사를 내맽는 제복입은 그는 다음을 재촉한다.

"하..다른 건 아니고, 이걸 맡아 줬음 한다."

'이걸'이라며 원형탁자중간쯤에 뭔가를 내미는 그는 뭔가 불쾌한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다.
그가 내민 것을 자기에게로 가져와 바라보는 제복입은 그.

"이건…"

아주 조금 놀라는 눈치다.

"원래 내가 구한게 아니야. 하지만 이걸 구해다 준 녀석이 무슨 일이 있어도 너한테 전해야 한다며 나한테 반협박을 하더군. 정말 귀찮은 일이라니까."

"이걸 구해준 분이 누구입니꺼?"

"리나피에스트"

보통 전개라 하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의뢰자이름을 밝히지 않는 법(어느 세계의 법인지는 모르겠으나…)이건만, 이 자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툭' 내뱉는다. 이 자의 말에 맞은 편의 시공관리국 물을 먹는 자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지가 이런 일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하는데예… 요건 조금 힘들겠네예."

"뭐랏?!"

아무래도 부탁을 하는 자는 이번 건수를 자연히 승락할거라 여겼나보다. 아까만해도 여유만만을 넘어서 관심마져 없었던 표정이 갑자기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놀라는 표정으로 바꿨으니 말이다. 더불어 자리서 일어나 있다. 성격도 조금 급한 듯.

"네가 거부할 이유따윈 없을텐데?!"

"그렇긴 하지예… 하지만 이번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인것 같습니더."

"뭐?"

다시한번 놀라는 일반인으로 보이는 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바로 질근 감아버리곤 팔짱을 낀 채 자리에 앉아버린다.

"내가 이래서 널 만나기 싫다는 거야. 왜 이런 일을 나한테 시키는 거야. 리나녀석…"

짜증과 분노다음엔 고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감정이 참으로 풍부한 사람같다.
이에 비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쪽은 마찬가지로 팔짱을 낀 채 여유를 보이며 웃고 있다.

"지도 '그 아이'와 인연이 깊지만 당신도 지랑 마찬가지 아닙니꺼? 이번에는 지가 양보하겠슴더."

전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양보가 아닌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쪽도 코방귀를 끼며 맞받아 친다.

"웃기는 소리 하지마. 어차피 너는 앉아서 모든 걸 네 손에 넣을 생각이잖아."
"하모예~"
"짜증나는 녀석"
"칭찬 감사합니데이~"
"윽…"

기껏 반격했다고 생각했건만 두배로 당하고 있는 한 쪽이 참 안스럽다.
하긴 뭔가 논쟁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쪽은 당하게 되어 있으니까.
이래저래 '보이지 않은 언어펀치'를 맞은 쪽은 탁자를 의지하며 겨우 앉아 있다.
그리 아파보이는 펀치도 아니건만 이쪽은 데미지가 상당한 것 같다. 애초에 이런 자리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라고 당신은 지한테 빚이 있으니까예. 제대로 챙겨먹을김미더~"
"그럴줄 알았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보시게. 자포자기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과정이야 어떻게 됐던 그쪽이랑 지랑은 싫어도, 좋아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 있습니더. 지는 그걸 끊게 하고 싶지는 않네예"

"…"

"물론 친하게 지내자라고는 안 하겠슴더. 그래도… 이번과 같은 공통사가 있다카면 서로 힘을 합해서…"
"됐어. 그만 해."
"…"
"그런 이야기 들으려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네가 말한데로 우리는 서로 결코 친하게 지낼 수 없어. 물론 힘을 합칠순 있겠지만, 그건 서로의 이익에 따른 행동일 뿐이야. '그녀석'도 그렇게 생각할거다."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예."

"그녀라면 분명 내 마음을 이해해 줄거다. 그리고 넌 그녀와 잘 알지도 못하잖아. 어디서 아는 척을 해!"

"제가 그녀와 만난 적이 없다는 건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 건가예?"

"…설마..?"

"맞습니더. 얼마전에도 만났지예~"

"…"

결국은 KO. 그대로 탁자에 엎어지는 '포니테일'이다.
그리고 수분 후.

"그..그래서..그거 받을거야, 말거야!"

돌연 소리를 치며 일어나는 '핀치 포니테일'의 손가락이 미묘하게 떨고 있다.
심적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 되시겠다.

"처음에 이야기안했는교? 당신에게 양보하겠다니께예?"
"싫어. 양보하지마!"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되잖아예?"
"필..요없어!"
"그 미묘한 묵음은 뭡니꺼?"
"시끄러워!"
"그쪽이 더 시끄럽슴미더."
"으악…!!!"

이건 완전 능글맞은 너구리와 털 바싹 세운 고양이의 말다툼이다. 고양이쪽이 완전히, 확실하게 패배확정이지만…
사람놀리는 웃음을 짓던 너구리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말한다. 아까 고양이를 놀리던 너구리인가 싶을 정도로 표정이 180도 달라져있다.

"제 대신 만나주이소. 부탁할께예"

일어선 채 씩씩거리고 있던 고양이는 갑자기 나온 대사에 그야말로 '얼음'이 된 채로 수초동안 멍해 있다가 곧 인상을 쓰며 너구리였던 쪽을 쳐다본다. 표정이 점점 험악해져 가지만 눈동자는 진지한 채로 맞은 편 사람을 바라본다.

"어째서?"

"그녀도 원할깁니더."

"무슨 근거로?"

"제가…"

시공관리국의 갈색제복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다.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인가. 아니면 외부의 다른 요인 때문인가.
그 알수없는 요소때문인지 계속 말을 잇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아파보인다. 아니 저건 슬픈…거다.

"제가 그 아이의 마스터였으니까예. 그러니까 알 수 있슴미더."

"…그래?"

"예"

슬픔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아무런 바이러스도 없는 슬픔은 순식간에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을 감염시켜 버린다.
답을 원했던 쪽은 일어 선 채 탁자위에 놓여져 있는 물건을 잠시 바라보더만 소중히 다루듯 자신의 손으로 가져와 코트 안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그 주머니를 잠시 만지며 눈을 감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자신에게 다시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처음에는 귀찮아 하며 내던지듯 꺼냈는데 말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머지 한 쪽은 슬픈 웃음을 짓고 있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딱 슬픈 표정을 한 채 웃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이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쪽이 그대로 뒤돌아 선채 말한다.

"네녀석의 부탁은 왠지 꺼림직 하지만 리나녀석을 봐서 해주겠어."

"감사합미더. 랄까. 조금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게 어떻슴니꺼?"

지금까지의 패턴이라면 반격이 바로 나와서야 하지만…

"냅둬"

라는 간략한 대답을 한채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버리는 낡은 옷을 입은 사람이다.
물론 그에게 대답을 요구했던 쪽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처럼 각자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설전 아닌 설전이 오고 갔던 원형테이블위에는 아까와는 조금 덜해진 향기와 연기만이 남아 있다.




- Fin -




++++++++++++++++++++++++++++++++++++++++++++++++
나름 두 사람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여러가지 단어를
사용했지만 별 방어막은 되지 못 한 듯.
저의 팬픽을 꾸준히 읽으셨다면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를 알 수 있을 겁니다^^
2009.10.06 집근처 한의원옆 피시방에서
마지막 휴가 시작을 기념하며..?^^;
(작성시간:40분 오타및 보정 못함;)
++++++++++++++++++++++++++++++++++++++++++++++++


덧글

  • 베르고스 2009/10/06 15:06 #

    오랫만에 야가미가 업데이트군요~ 하지만 리나가 안나와!!!!
    그나저나 X브는 결국 하X테보다는 언쟁으로 한수 아래인 것인가...(퍼억,팍,푹)
  • 메이군 2009/10/06 18:15 # 삭제

    나름 심플한(?) 만남이군요.
  • 다세대주택 2009/10/10 13:11 #

    과연 고양이는 너구리를 이길 수 없다 입니까(퍽퍽퍽) - 무장괴한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