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단편] 그와 그녀의 상담? by 리나인버스


『그와 그녀의 상담?』


기동 6과의 식당 안, 정해진 시간이 아님에도 여러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6과의 대원들은 여러 방면으로 바빠져 정해진 시간외도 수시로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기 시작했고, 대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6과의 식당담당자들은 제각각인 대원들의 식사시간을 대응하기 위해 ‘타임 프리’ 를 선언한다.
식당이 문을 여는 동안, 어느 시간에 와도 그날의 세트나 식사를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원들 입장에선 참으로 좋아할 만한 일이나, 식당담당자들은 그야말로 3분 대기조가 되어야 할 상황. 그리고 이곳의 책임자 요리장 허산은 그야말로 눈썹을 휘날리며 조리실 안을 날아다닌다. - 그만큼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거니 진짜로 요리장씨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애초에 이 사람은 마법을 못 쓴다. 아마도…-

그런 바쁜 기동 6과의 식당에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한 사람이 들어온다.
어느 순간부터 기동6과에 어울리게 되어 버린 사람이다. 즉, 원래는 이곳 소속이 아닌 외부인이라는 것인데, 6과의 여러 인물들과 인연이 있기에 대원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곁으로 보여주는 외모라면 꼭 한번 시선을 받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원래 방방 뛰는 하이페이스이지는 않지만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어 보인다.
다행인지 그녀와 인사할 정도의 친분이 있는 대원이 식당에 없기에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렇게 평소와 달라 보이는 그녀는 익숙하게 자신만의 전용 테이블에 가 앉는다.
누가 만들어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 크기의 의자와 탁자, 식기까지 모두 갖추어진 맞춤 식사세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전히 어두운 표정의 그녀는 자리에 앉아 양손으로 턱을 괸다.
그런 그녀의 테이블 앞에 그녀 사이즈에 딱 맞는 컵과 잔이 놓여진다.
잔 안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홍차가 담겨 있다. 그것을 본 그녀는 자연스럽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홍차에 곁들이는 쿠키와 같은 포지션의 한숨이 푸욱 나온다.

“뭘 그리 생각하는 게요? 기껏 만든 홍차가 맛이 없어지겠소이다.”
“아… 죄송해요. 요리장씨가 만든 차가 맛이 없는 건 아니에요. 늘 같은 맛이에요.”
“그렇담 다행이구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게요? 리나낭자”

이제는 이곳에서도 익숙한 차림이 된 도포가 약간 나풀댄다. 더불어 댕기머리의 끝자락도 살포시 춤을 춘다. ‘리나’의 전용테이블 밑에 있는 1인용 원형테이블에 요리장씨가 앉는 순간의 모습이다.

리나는 그런 요리장씨 모습을 바라보지 않는다.
무시는 아니다. 어느 샌가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리나가 식당에 들어와서 자신의 전용 테이블에 앉고 요리장씨가 옆에 와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말이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나던 사이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친구’사이가 되어 버린 것. 그 친구 사이라는 것을 리나도 요리장씨도 알게 되었고, 이런 사소한 것은 ‘그냥’ 넘어가겠음 된 것이다.

아무튼 요리장씨의 물음에 리나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리나는 요리장씨에게 상담을 하려 온 듯, 준비된 답변을 말하듯 줄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많아서요. 그중에 하나가 하야테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그거라면 하야테와 이야기가 끝난 걸로 알고 있소이다만?”
“그렇긴 하죠. 저도 납득은 했지만 역시 마음이 쓰이네요.”
“하야테나 다른 분들은 그리 약하지 않소. 낭자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만일의 일에 대해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소이까?”
“그렇긴 하지만요.”

미리 이야기가 오고 간 듯 요리장씨가 망설이는 리나를 다독여 준다. 하지만…

“이미 결정 난 일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인상에 주름 늘겠소이다. 이제 얼굴 좀 피시오.”
“누가 인상이 안 좋단 말입니까?!”

서로 틱틱 거리는 속성은 어찌 못하나 보다.
그래도 예전만큼 심하게 가진 않는다.
요리장씨의 말이 자신을 위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좀 곱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 라고 마음속으로 태클을 걸어보는 리나이다.

“사실은 이 일도 있지만 한 가지 더 고민이 있어요.”
“무엇이오?”

오늘의 고민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했던 요리장씨가 또 다른 고민에 흥미로운 듯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인다.
그런데 요리장씨. 지금 바쁜 시간 아닌가? 위에선 분명 프리 타임으로 언제나 바빠야 하는 6과 식당이라고 하더만…

“그게…”

그녀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모습에 요리장씨는 인상을 구긴다.
아니 저건 명백히 놀리는 표정이다.

“낭자답지 않게 뭘 그리 머뭇거리오? 그냥 평소처럼 질려버리시오. 속 터지오.”
“누구나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건 있어요.”

원래 패턴이라면 다시 버럭 되었을 리나 지만 왠지 차분히 말한다.
이에 요리장씨도 약간 한숨을 쉬며 팔짱을 낀다. 아까완 180도 다른 진지한 얼굴을 만든 체로 말을 잇는다.

“말해보시오. 하야테나 다른 분들에겐 함구하겠소이다.”
“…사실은…”


조금은 어렵게 고민을 꺼낸 리나의 말은 다음과 같다.
요새 시공관리국 본국에서 리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부류가 생겼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녀를 못마땅해 하거나 인정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리 수가 많지 않았고, 개인의 생각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겨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람들이 일종의 단체 같은 것을 만들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이 연구하는 팀원들에게 유치한 태클을 걸고, 리나에게도 콤플렉스라고 하면 뭐하지만 크기가 작은 것 같은 것을 빌미로 놀리거나 괴롭힌다는 거다. 물론 같이 살고 있는 마리엘의 고충은 더욱더 심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였다.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당하는 쪽에서 무시를 하면 근방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부류라는 것이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의 업무 쪽에도 방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어제, 결국은 일이 터져 버렸다.

“제가 속한 연구팀이 어제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가 있었어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냈기에 2차 연구지원도 충분할거라 예상했죠. 지원 자체도 그렇게 무리인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구 성과를 검시하는 담당관 중에 한명이 그 부류의 일원이었는지 이유 없이 다음 연구를 기각시켰어요. 팀장님이 항의를 해봤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요. 뭐가 잘못되었는지 연구 결과를 재차 확인해 봤지만 문제는 없었어요. 그리고 도달한 결과가 바로 저인 거죠”

순간 요리장씨의 눈썹이 약간 올라간다.

“2차 연구까지 준비하며 진행했기에 연구를 끝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팀장님 및 연구원이 조금씩 연구비를 모아서 독자적으로 계속하기로 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네요. 팀원들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더욱더 고개를 숙인 채 미세하게 몸을 떠는 리나.
그것은 분명 부조리에 대한 분노의 떨림일 것이다. 이제야 인간과의 만남에 조금 익숙해지려 하는데 엉뚱한데서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니,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난 뒤의 이런 일에 그녀도 당황하거나 이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의 반증으로 숙였던 고개가 갑자기 숙! 올라간다.
“물론 그 자들에게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어요! 반드시 모두가 인정하는 연구 성과를 꼭 내고 말겁니다! 지금의 분들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요!!”

불끈 쥔 주먹을 공중에 한번 휘두르고 그 기세로 식어진 홍차를 원 샷에 마셔 버리는 리나.
이에 요리장씨는 작게 웃으며 빈 찻잔에 다시 홍차를 붓는다. 이에 리나는 고개를 약간 숙어 고마움을 표하고 채워진 찻잔을 다시 들어 조금은 부끄럽게 웃음 짓는다.

“고민이라고 해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요리장씨 밖에 없어서요. 역시 속에 있는 말을 하고 나니 한 결 편하네요. 요리장씨를 찾아 온 거 잘한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오. 소인이 어떻게 해드릴수는 없지만 듣는 거만은 자신 있으외다. 식사는 어떻게 하겠소?”

“물론 먹고 가야죠~ 그걸 노리고 온 겁니다만?”

“아하하 그럼 기다리시오. 린누이용 스페셜세트를 낭자에 맞게 바꿔 드리리다.”

“기대할께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조리실로 향하던 요리장씨가 일순 멈춰 몸을 돌린다.
따뜻한 홍차를 마시던 리나는 돌아오는 시선에 고개를 든다. 왜그러세요? 라는 표정으로…

“낭자. 혹시 그 연구 성과를 기각시켰던 자가 누군지 기억 나시오?”
“물론이지요.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름이 아마 케이샤 케이였을거에요. 본국 중위로 제3 의료국에 있을 겁니다. 그건 왜요?”
“아니오. 리나낭자를 괴롭힌 자이니 이름이라도 외워둘까 싶어서 말이오.”
“요리장씨가 그렇게 말하면 왠지 소름이 돋는 것 같아요.”
“소인이 무슨 재주가 있어 그런 높으신 분에게 해코지를 하겠소?”
“그건 그래요.”

스스로 납득했는지 리나는 요리장씨를 쳐다보는 것을 그만 두고 다시 홍차마시기에 돌입한다. 물론 요리장씨도 몸을 돌려 조리실로 들어간다. 그런데 조리실을 들어가는 요리장씨의 입 꼬리가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간다. 무언가 만족한 듯 하면서도 모자란 것을 찾는 듯 한 기묘한 표정. 하지만 이 표정은 순식간에 홍차의 연기처럼 사라진다.
대신 여전한 목소리로 식당 서열 2위인 주방아줌마에게 말한다.

“아주머니, 오늘 주요 멤버는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듯 하니 한 시간 일찍 마치도록 합시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번에도 열쇠는 두고 갈까요?”
“아닙니다. 오늘은 외출해야 할 것 같으니 저 대신 식당 문단속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모처럼의 외출이네요~”
“그렇네요. 오래간만에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그곳’에 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유니즌 디바이스용 식사를 만드는 요리장씨의 입 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은 방금 전 기묘하게 일그러진 ‘그것’이 아닌 평소대로의 요리장씨 웃음이었다.



- Fin -



이제는 좀 친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
뭐니뭐니해도 리나의 크로스라면 사진사씨와 쌍벽을 이루는 요리장씨이니까요~(응?)
ps.물론 와랑이랑은 물밑작업이 있었습니다?^^;


덧글

  • 메이군 2010/05/14 22:59 # 삭제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 걸 상상해보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리나인버스 2010/05/16 11:53 #

    그렇지요?^^
  • 레녹 2010/05/15 05:51 #

    오오.. 더 친해진 기념[..?]으로 해코지 한 중위와 '산책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행동을 하는 요리장씨..?!
  • 리나인버스 2010/05/16 12:22 #

    과연? ㅋㅋ
  • 베르고스 2010/05/15 07:54 #

    오오 이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왔군요. (응?)
  • 리나인버스 2010/05/16 12:22 #

    어떻게 될련지요?^^;
  • wizard 2010/05/15 09:09 #

    직접 찾아가는건가!
    ...아니 설마 누군가에게 무언가 의뢰를 하러 간다든가 하는거라든가!
    [뭔소리야]
  • 리나인버스 2010/05/16 12:22 #

    ㅋㅋ 진실은 저 너머에?
  • 시와랑 2010/05/15 12:26 #

    끝부분이 다소 바뀌었네요. 이게 더 괜찮은듯?
  • 리나인버스 2010/05/16 12:22 #

    고민 많이 했다?ㅎㅎ;
  • 원삼장 2010/05/15 16:30 #

    우와아 제가 군대에 있을동안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그나저나 허산의 머리식히기가 시작되는건가요... [어이]
  • 리나인버스 2010/05/16 12:24 #

    일단 얼굴 본 시간이 기니까요(알고 지낸 시간이 길어도 사이가 안 좋은 부류도 있지만요)
    다들 허산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시군요?^^;(마무리도 그렇게 끝냈긴 했지만요)
  • 현실히즈 2010/05/21 14:20 #

    역시나 나쁜녀석은 이름부터 마음에 안드..[야!]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