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팬픽][단편] 세개의 시선 - 첫번째 by 리나인버스

정신이 몽롱하다.
나를 쳐다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안개저편의 그림자처럼 엷게 보인다.
매캐한 냄새가 나의 코안으로 마구 들어온다.
그 냄새때문에 제대로 숨을 못쉴것 같다.
하지만 그 매캐한 냄새덕분에 희미한 의식이 살아나듯 각성된다.
그리고 의식이 살아난 동시에 목 깊숙히 막혀 있었던 기침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한바탕 기침을 하고 나서 고개를 든다.

그리고 주위의 소리가 볼륨을 자츰 높이는 것처럼 천천히..그리고 확실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고함소리,
비명소리,
나무가 타는 소리,
집이 무너지는 소리,
폭발소리,
충격소리,

이런 소리들과 함께 영상들도 나의 눈에 한꺼번에 뿌려진다.

수많은 색채의 마력의 막대들..
악귀와 같은 인간들..
도망치는 마을사람들..
인간들을 막는 성채화된 마을의 수호단들..
그 수호단을 돕는 일부 마을 사람들..

이런 소리와 영상의 괴기스러움에 난 두눈과 두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손은 두개..
그 짧은 순간에도 소리와 영상중 어느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결국은 영상인 두 눈을
두 손으로 가려버렸다.

나의 근처에서 뭔가를 하시던 부모님이 나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나를 쥐셨다.
우리 마을의 장로부부로서 마을을 지키기위해 당신들의 목숨과 맞바꾸어 성채화하신 부모님..
마력과 제질에 따라 성채의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부모님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셨다.
난 그런 부모님의 멋진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이런 순간에도 멋있는 부분은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리나야....너만은 살아서 지금의 일을 후세에게 전해야 한다. 우리 일족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알겠니?]
언제나 따뜻하고 상냥한 어머니의 목소리..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띄우시며 나에게 당부하신다. 난 어머니의 말씀을 마음 깊숙히 새기고 새긴다.

[넌 자랑스런 미드식 유니존체의 마지막 진성이다. 장차 마을의 수호진으로서 살아갔어야 하는데...]
아버지는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던 오십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진성..즉 여러 개체중에서도 가장 으뜸나는 개체와 마력자질을 가진 자..을 딸로 둔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내가 커서 마을의 수호진이 되어 마을을 지켜야 하는건데..

현재 나는 너무나 무력하고 나약하다.

[유니존 각성을 할때까지 이곳에서 쉬고 있으렴....자고 일어남 모든게 다 끝나있을거야...나의 사랑스런 리나여...]
온화한 어머니의 표정이 일그려진다. 난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려 하지만 신체의 크기때문에 닫지 못한다.

[여보...어서 리나짱을 결계내로 데려가세요. 입구는 내가 막겠습니다.]
[네..지금 바로..]

부모님들과의 대화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디로 저를 데려가시는 거죠?
결계는 뭐에요?

그렇게 두분이 말씀하시고 각자 등을 돌린 순간..
하늘에서 엄청난 마력의 힘이 느껴진다.

그 엄청난 힘에 난 저절로 눈을 감아버린다.
그리고 조금후 살짝 눈을 떠보니, 나를 쥐고 있던 어머니의 손가락넘어로 아버지의 등이 보이고, 아버지가 가장 자랑하시는 갈색 쉴드가 보인다.
그리고 그 쉴드넘어엔 긴 망토같은것을 걸치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 두사람이 여기의 장로들인가..]
[이게 마지막이겠군..]
[유니존디바이스인 주제에 인간흉내를 내다니..]
[정말 못봐주겠군]

그 인간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욕하고 깔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서 있다.
그의 한손에 책이 쥐어져 있는게 보인다.

[여보..리나를....]
아버지가 조용히 어머니에게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대답대신 나의 몸을 공중에 살며시 놓으신다.
난 아버지를 도와드릴 명목으로 앞으로 날아갈려 했지만,(이래보여도 쉴드마법은 자신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왠지 마지막 일것 같은 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후에는 꼬옥 행복한 삶을 살아가줘..우리의 몫까지....]
[리나짱..우리의 신념을 잊지 말아라..그것만 기억한다면 넌 잘해낼수 있어..]

우리의 신념...
이세상 그 무엇도 하찮은 것은 없으며, 또한 이세상 그 무엇도 고귀하지 없다.
존엄성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것...그렇기에 자신의 모든것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처해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전면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셨다.
그리고 정말 오래간만에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멋진 아버지의 미소를...

[뭣들하는가?! 어서 저 망칙스러운 디바이스를 당장 없애버려!!!]

또다시 아버지에게로 쏟아지는 수많은 마력들...
그 마력을 강력한 쉴드로 단신으로 막는 아버지..하지만 아버지의 몸이 점점 밀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어머니도 아버지옆에 가 도우신다.

나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계속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엄청난 폭풍을 견디고 계시는 부모님..내가 있는곳과 두분이 계신곳이 서로 다른 세계와 같이 보인다.

그리고..
일순간..
시간이 멈춘것처럼..
공기가 멈춘것처럼..

두분이 나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안아주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분의 분신들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 꿈만 같은 시간이 지내고 내눈앞에 펼쳐진 것은...

빛이 어둠에게 빨려들어가는 것 같이 두분의 몸이 빛속으로 사라진다.
뭔가 소리가 들린듯 하지만 잘 모르겠다.
두분을 삼킨 빛은 나에게로 곧바로 닥쳐왔고..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멀뚱멀뚱 눈만 뜨고 있다.

나도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가겠어..

그리 생각했다. 이 끔찍스러운 빛속으로 들어가면 두분에게로 갈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빛은 나를 피해 굴절되고,
그렇게됨과 동시에 나의 눈앞은 좀전의 익숙한 어둠으로 다시 빠지게 된다.

언제쯤 다시 눈을 뜰수 있을까...

눈을 뜨면 나는 어떻게 될까...

모든것이 미지수였고, 두렵고 무서웠지만, 지금은 졸음만이 나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우선은 지금의 일에 충실하자..
눈을 떴을때 그때 생각하면 되는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몸을 잔뜩 뭉크리며 눈을 감는다.
눈이 감길때 촉촉한 무언가가 느껴졌지만 개이치 않는다.





무언의 정적은 그녀의 몸을 감싸안듯 잔잔히 공명하고,
오래 이어질 그녀만의 고독의 시간이 시작된다.








- Fin -




분명 안식3편을 날려먹은 분노의 힘도 있었지만 이 내용 또한 우연히
나온 녀석입니다. 어떤 사건을 다루고 있는지는 최근글을 차근히
보신분이라면 쉽게 아실거라 생각합니다..그래서 자세한 설명은 자제
하겠습니다...
같은 시간때로 두개의 시선이 더 있습니다만...우선은 이것부터입니다~
나머지는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덧글

  • asas 2007/10/27 00:50 #

    이런 시간에도 쉬지 않고 연재되는 오늘의 명언

    "할머니꼐서 말씀하셨지. 어쩌면 모성애와 생존본능...... 이 두가지 떄문에 지금 생명, 그자체가 존제 할 수도 있는거라고....."

    (너무 불확실해......)
  • 페릿 비스무리 2007/10/27 00:55 # 삭제

    잘 보고 갑니다. 글구 안식 3편은 되도록 빨리 올려주셨으면...
  • 메이군 2007/10/27 01:41 #

    저런 비하인드가 있어서 성격이 묘하게 우울해 보이는 걸까요?
  • 시와랑 2007/10/27 10:08 #

    이거 굿입니다. 그건 그렇고 리나도 고생이군요 ㅠㅠ 부성애와 모성애가 빛나는 화였습니다.

    (여전히 인간의 오만감이란 ㅡ 쳇 ...)
  • 무장괴한 2007/10/27 14:15 #

    역시 저런 일이 있으니 묘하게 쌀살한 거겠죠.(훌쩍)
  • 리나인버스 2007/10/27 14:18 #

    asas//이런 시간에도 연재되는 명언을 찬양(?!)하며 오늘은 기막하게 딱 맞는 느낌입니다..저한테는 말이죠..asas님 GOOD JOB ^^b

    페릿 비스무리//감사합니다. 안식3편은 이 글 밑에 있지만..날려먹어서.........이번주말엔 못 쓰구요..다음주초에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메이군//네...그녀의 차가운 성격은 저런 일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시와랑//고마워요~ 아시잖아요..나노나에 나오는 본편 캐릭이든, 오리지널 캐릭이든 고생안한 캐릭 없다는걸....ㅜㅡ

    무장괴한//무의식속에 인간을 두려워하는게 남아 있어서일지도요..ㅠㅜ
  • 원삼장 2007/12/02 06:21 #

    리나의 부모님의 희생이 정말 감동적....
    다만 그런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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