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팬픽][단편] 세개의 시선 - 두번째 by 리나인버스

언제부터 이렇게 된것인가..
나는..우리는.. 무엇을 한건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베르카의 기사들은 한마을을 없애고 있다.
흔적조차 찾을수 없도록 철저하게, 완벽하게..

비명과 고함소리가 나의 몸을 할퀴고 지나간다.
내 주위에 나의 수호기사들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공격은 막아주지 못한다.
아니..그들도 막을수 없는 소리의 공격에 상처입고 있을 것이다.

나의 어느손에 있는 야천의 서가 약하게 떤다.
그 떨림에 나는 눈을 감는다.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 걸까..'









[베르카의 절대왕으로서 그대에게 명한다.]

거대한 대리석 기둥이 그보다 더 거대한 천장을 받치기 위해 열을 맞쳐 서있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련실..
베르카의 절대왕을 유일하게 만날수 있는 이곳에....어울리지 않는 내가 있다.
베르카의 의료기술로 몇백년을 살아온 이 왕은 자신이외의 모든것을 자신의 발아래에 놓은 자이다.
내가 베르카의 왕족이 아니였다면 당장 그에게서 도망쳤겠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낮은 서열로 언제나 나를 무시했던 그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를 부르고 지금처럼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예를 갖추며 그의 소리를 듣고 있다. 접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의 목소리..참 느끼하다..

[이번 종족멸살에 그대가 선봉을 서라..]

그의 말에 나의 얼굴빛이 일순간 일그러진다. 그것을 눈치챈건지..

[그대는 베르카의 왕족이다. 그 신분에 맞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무너져가는 베르카를 살리는데 공을 세우라..그것이 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 베르카는 지금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뿌리자체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걸 알게된 왕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나라를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아무 상관도 없는 일족을 있을지도 모를 가능성때문에 멸한다니...
너무 역겹다. 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

[....온힘을 다해 명령을 거행하겠나이다.]

그런 역겨운 일을 나는 거부하기는 커녕 모든것을 걸고 행하겠다고 맹세한다.
나의 말에 왕은 고개를 약하게 끄덕이고 손을 휘젖는다. 이젠 볼일 없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린다.
내가 그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그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그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절대왕이라지만 왕족이 와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드물다.
난 무표정한 얼굴로 이 공간에 결맞은 커다란 아치형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 미친 짓거리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정녕 답은 없는 것인가..'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길을 걸어 그 어마한 문앞에 선다.
그 커다란 문은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안으로 점점 열리기 시작한다.

방 밖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있다.
문이 열리는 기색을 느낀 그들은 무릎을 꿇고 허리와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중간에 선 나는 그제서야 감지하지 않았던 감정을 터트린다.

[너무나도 슬프구나...이 깊은 슬픔을 감당할수가 없구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하늘을..아니 하얀색의 천장을 쳐다본다.
나의 눈에서 무심한 눈물이 떨어진다.








[야천의 왕이시여..명령을 내려주시오!]

공을 세우고자 정신이 나간 한 기사가 나에게 닥달한다. 그소리에 나는 눈을 뜬다.
어느새 나의 주위에 여러 기사들이 모여있다.

[이 부족의 장로들을 찾았소..그들만 없애면 이 마을은 이제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것이오.]
또 한명의 기사가 자신이 한짓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단지 광기의 기쁨만을 표출하고 있다.

명령을 내리라고 했지만 이미 공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갈색 쉴드를 펼치고 있는 두사람은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지만 힘들어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뭔가 있는것 같지만 미친 기사들의 공격에 갈색 쉴드가 깨져버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조금전만에도 생명이 있었던 그 자리는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단지 마력의 먼지만이 흩날릴뿐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이런 일에 나의 소중한 기사들을 끌어드린것도 후회스럽고, 이런 일을 거절하지 못한 나자신도 저주스럽다.
다시 야천의 서가 떤다. 난 그녀를 조심히 잡아 가슴안에 안는다.

환호성이 들린다.
자신들의 학살을 끝내는 지옥의 환호성이다.


[시그넘..비타..샤멀..자피라...]
나의 부름에 대답하는 볼켄리터..

[네..나의 주인이시여..]

[이제 그만 돌아가자...우리들의 집으로....]

[네..분부대로..]






- Fin -





(많이 짧습니다..)

덧글

  • 무장괴한 2007/10/27 14:16 #

    저게바로 군중심리.(?)
  • 리나인버스 2007/10/27 14:19 #

    무장괴한//그런 어려운 단어는 몰라요...ㅜㅡ
  • 무장괴한 2007/10/27 14:23 #

    군중심리- 사회심리 현상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군중이 자기 이상의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는 겁니다. 간단한 예로 시위대에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이 끼여있는 경우를 예로 들수가 있죠.(아닌가?)
  • 리나인버스 2007/10/27 14:39 #

    무장괴한//음...그녀에게 있어서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지요...스스로 하겠다고 대답까지 했으니..그래도 그녀의 입장에선....지금 일어나는 일이 악몽이길 바랬으니...쩝...미묘합니다..(답을 찾을수 없으니까 미묘란 단어로 끝내려하는 리나..;;;)
  • 무장괴한 2007/10/27 14:40 #

    아;;; 모호하게 말을 하니 약간의 착오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야천의 왕을 말한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말한 겁니다.(...)
  • 리나인버스 2007/10/27 14:56 #

    무장괴한//동문서답을 한거네요....지송..머리가 나빠서..ㅜㅡ
  • 무장괴한 2007/10/27 15:03 #

    아니 그렇게 자학까지 하실 필요는...(삐질삐질)
    -그러고보니 혼자서 덧글을 4개나 달아버렸습니다;;;
  • 리나인버스 2007/10/27 15:20 #

    무장괴한//저런 글을 써다보니 영 기분이 이상해서..괜히 반응이 묘하게 나와버렸네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댓글수만 봤다면 여러명이 댓글단걸로 보이겠습니다^^;
  • 시와랑 2007/10/27 15:29 #

    이 세상의 모든 왕들과 군주들로 하여금 그대들이 얼마나 위대하며 그대들이 어떤 권세를 가졌는 지 알게 하고 그 왜소한 인간들이 그대들의 교회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을 두려워 하게 하라
    ㅡ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ㅡ 미제스

    나는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성향의 하나로서,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서 끝나는 권력에 대한 항구적이기도 끊임없는욕망을 들겠다.ㅡ 토마스 홉스



    왤까요? 저말들이 머리를 아프게 찌르는 군요.
  • 리나인버스 2007/10/27 15:53 #

    시와랑//후덜덜입니다...권력이란걸...그렇게나 갖고 싶은걸까요....누리고 싶은걸까요....하긴 저같은 평범한 사람은 권력이란 단어자체의 큰 힘과 뜻을 알지 못해 이런 말을 하는거일지도 모릅니다. 흐름에 따라 쓴 글인데..무장괴한님과 시와랑님 글을 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좀더 복잡해지네요. 아..기분전환으로다도 코믹물을 하나 쓰고 싶어지네요..^^;;;
  • 시와랑 2007/10/27 16:14 #

    어허허 답답하시다니 죄송합니다. ;ㅂ;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단지 위정자 - 특히 공동체의 번영을 외치며 타 공동체를 침범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서 몇개 읊어봤을 뿐입니다. ;;;; 죄송 ;ㅂ;
  • 리나인버스 2007/10/27 18:00 #

    시와랑//이궁 그런 뜻이 아닌데요...ㅠㅜ
    아니되겄다...이글에 대한 댓글은 자제를 해야 겠슴다..무장괴한님 시와랑님 죄송해요~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셨는데 눈치없는 리나가 센스있는 댓글을 못다네요^^;;;
    두분다 맘 푸세요~
  • asas 2007/10/27 18:15 #

    .......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아주 늦게 올라오는 오늘의 명언

    "할머니꼐서 말씀하셨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해지는 일이란, "증오와 슬품, 혹은 분노중 하나를 선택하는것"이라고 쓰는거라고....."

    (....... 노 코멘트)
  • 메이군 2007/10/27 19:59 #

    와우.
  • 리나인버스 2007/10/27 21:26 #

    asas//언제나의 명언 땡큐베리감사~(나머진 저도 노코멘트...)

    메이군//이예~(이게 아닌디..-_-;;) 댓글 감사함다~
  • 원삼장 2007/12/03 00:18 #

    단순히 눈앞의 살육과 광기에 취해,
    그리고 그후에 얻을 피로 얼룩진 명예를 위해서 싸우는
    기사라고 불리우는 학살자들.
    그런 광기의 현장의 중심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야천의 주인....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